아이의 주치의가 바뀌었다.아이가 앙겔라에게 심장이식 불가 판정에 대해 털어놓은 날로부터 일주일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그 날 입국한 김 교수가 다시 아이의 주치의를 맡게 되었다.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앙겔라는 아이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앙겔라는 기도실에 앉아 앞에 놓인 성모마리아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 달 전, 이 ...
"오늘도 안 계신다고요?”앙겔라는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되물었다.평소 항상 얼굴에 미소가 어려 있는 친절한 앙겔라답지 않은 반응에 간호사가 당황해하는 것이 보였다. 앙겔라는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꾸짖으며 바로 사과했다. 간호사의 얼굴이 풀어진다. 그러나 인사를 하고 뒤돌아 과장실로 향하는 앙겔라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
"박사님, 우리 놀러가지 않을래요?”상담을 빙자한 수다가 끝나갈 무렵, 아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해왔다.앙겔라는 대답을 하는 대신 아이의 얼굴을 차분히 들여다보았다.아이가 입원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렀다.아이는 그 동안 발작을 세 번 일으켰는데, 초반에 발작 비슷한 것을 제외하면 한번은 소아암 환자 병동에서 어린애들을 비행기 태워주다가였고, 다른 한 번은 엘...
"하나 양?” 앙겔라는 빈 병실을 둘러보고 아이가 없는 것을 알아챘다. 점심을 먹고 낮잠 잘 거라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기도실에 들렀다가 왔더니 앙겔라를 반기는 건 비어있는 침대뿐이다. 또 소아암 환자동으로 가야하나 싶어 병실을 나서는데, 복도를 지나가던 간호사가 앙겔라를 알아보고 말을 건넸다. “치글러 선생님, 송하나 환자는 혈액검사 하러 검사실로 내려갔...
"치글러 선생님, 송하나 환자가 또 사라졌어요!”문이 노크된 직후, 간호사가 곤란한 얼굴로 들어서며 그렇게 말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광경에 앙겔라는 오늘도 이마를 짚었다.***“뭐라고요?”“알아 들었잖나, 치글러 과장.”“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병원장님. 전 바쁜 사람이란 말이에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오후 진료 시간 빼줄 테니까 그렇...
원래 그렇게 다정한 사람인가? 하나는 멍하니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창가 자리에 앉아 샤프를 굴리며 생각했다. 교실 앞에서 교사가 칠판에 수업 내용을 써내려가며 따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수업을 열심히 듣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정말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하나는 책상 모서리에 붙여놓은 작은 달력을 확인했다. 어느새 박사...
예고 없이 쏟아진 빗줄기가 강했다. 앙겔라는 병원 입구에 서서 차를 세워둔 유료 주차장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원내 주차장이 좁아 평소 두 블록 떨어진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다니면서 우산을 안 챙긴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뛰어가자니 비에 많이 젖을 것 같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자니 꽤 오래 내릴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며 우산을 가...
앙겔라 치글러는 옴닉사태로 부모를 잃고,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았다.모두를 구하고 싶다.그래서 그렇게 마음먹었다.오랫동안 앙겔라 치글러의 마음에는 그 문장이 살아 숨 쉬었다.꿈을 이루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했다. 젊은 나이에 박사가 되어 외과 과장으로 일했고, 나노생명공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명을 하여 이름을 떨쳤다. 발키리 슈트를 개발했고, 카두세우스...
박사와의 첫 만남은 평범했다.요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인사한 후,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를 하며 얼굴을 익히는 중에 하얗고 예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안면은 없었지만 곧바로 알아보았다. 앙겔라 치글러. 발키리 슈트와 카두세우스 지팡이를 만들어 낸 천재 의학박사이자 전장의 천사.소문만 무성하던 인물을 드디어 실제로 보게 되는구나 싶어 하나는 반짝이는 눈으...
강의실 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앙겔라의 높낮이 없는 목소리만 울려 퍼졌고, 칠판에 적힌 강의 내용을 받아쓰는 소리만 어렴풋이 깔렸다. 얼굴 표정과 어조는 평소와 똑같은데, 분위기가 사뭇 살벌해서 어느 누구도 수업 내용에 대해 질문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시답잖은 질문이라도 만들어내서 '그' 앙겔라 치글러 교수의 눈길을 받아보려 애썼을 학생들마저도 오늘은 조용...
조련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앙겔라는 몽롱한 정신으로 양치를 하다가 생각했다.이제 만 스물이 된 제 어린 연인은 아직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얼굴에 또 몰래 침대에 들어왔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놀라서 몇 번 아이를 깨워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휴일이면 번번이 앙겔라의 침대로 들어왔다. 몇 번 반복되다보니 하루 ...
복직 날짜가 잡혔다.12월 28일로, 새해도 되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예전 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을 텐데, 1년 쉬었다고 그새 게을러진 듯하다. 앙겔라는 병원에서 온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아이에게 말했다.“복직 날짜가 잡혔어요.”“정말요? 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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